한때 그는 바위처럼 강했다.    지금 그는 갈대처럼 나약하다.

한때 그는 바위처럼 든든했다. 지금 그는 모래처럼 흩날린다.

한때 그는 무쇠처럼 뻣뻣했다. 지금 그는 낙엽처럼 후줄근하다.

그의 이름은 아버지.

열정적인 남자였고 든든한 가장이었고 정의로운 사내였던 그 남자는

아버지가 된 뒤 형편없이 위상이 추락하고

마침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로 전락했다.

아버지가 됐기 때문인가 아니면 아버지로서의 삶을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가.

눈을 감은 후 조용히 속삭여 보자.

어머니!

무언가 가슴을 짓눌러 오는 아련한 아픔에 눈가가 금방 촉촉해진다.

이번엔 아버지! 하고 불러보자.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복잡한 감정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가슴이 답답하지 않은가?

누구나 아버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버지 됨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단지 돈 벌어 오는 사람,

아니면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도구?

,,,,,,,,,,,,,,,,,,,,,,,,,,,,,,,,,,,,,,,,,,,,,,,,,,,,,,

그런데 그 아버지들의 위세가 왜 지금에 와서 와해되었을까?

산업사회의 임노동 경제체제로 인하여 아버지와 자식들간에 소통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그 이전보다 훨씬 부족하게 되고,

자식양육에만 전념해 왔던 어머니가 산업현장에 참여하면서

오랜 인류 진화의 기간동안 아버지의 영역이었던 먹이를 구하는 일이

이젠 아버지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돈만 있으면 아버지가 하는 대부분의 역할을 누군가에게 대신 시킬 수 있다.

예컨데

어느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을 하고 아이를 양육하고

아버지가 하는 많은 것들을 사람을 사서 대행하도록 한다.

 아이에게 아버지는 필요없다.

어머니는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어버지는 굳이!

어머니의 삶만이 고단한 것이 아니다.

자식이 탄생하면 산후 우울증을 알아야 할 만큼

아버지의 삶 역시 고단하다.

시집보내는 딸에 대한 애닳픔으로 가슴에 못이 박힌다.

취직 못해서 빈둥거리리느 아들이 모두 내 잘못으로 가슴에 못질을 한다.

고단한 우리의 아버지들은 이 시간에도 대포집에서

역시 고단한 아버지들만의 푸념으로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 하고있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지만

아버지의 술잔속에는

눈물이 가득하다.

아, 딱히 갈곳없는

그대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