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일간의 길고 긴 실습이 드디어 끝이나고 약간의 한가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그동안 못다한 잠도 실컷 자고 친구와 수다도 떨고 산에도 가고

나름 고생한 내 몸에 대해서 보상을 해 주는 차원이랄까...

하기사 고생은 몸이 했지만 머리와 눈으로는 많은 것을 배웠다.

나이가 많아서 어디 취직할 곳이 없다고 자신도 없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처럼 나이가 많아도 오라고 반겨 줄데가 있음을 알았고

배우고 익힌 것을 언젠가 꼭 써 먹어야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그곳에 근무하는 선생님들도 나와 똑같은 주부가 많음을 보고

한수 배워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도 저 아줌마처럼 언젠가 멋진

선생님이 되리라는 희망도 보았다. 물론 실습을 할 때의 어려움도

많았지만 영광의 상처 처럼 보석보다 아름다운 자신감이라는 보물을

얻었으니 약간의 실수와 낯뜨거움은 감수해도 좋을 듯 싶다. 인생사

모든것이 그렇치 싶다. 돌아보면 그리움과 추억으로 가득하니 오늘의

실습도 먼 나중에 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이고 한 때 젊었을 때 했노라고

말 할 날이 분명이 오리라 믿는다. 정말 이십년후를 생각하면 지금은

무조건 젊은 것이다. 희망을 가지고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그까짓 실습 쯤이야 너무나 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힘든 것보다 보람과 열정이 더욱 남을 테니까 기꺼이 실습에 임하라고

말하고 싶다. 추운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듯이...

말썽쟁이 우리 두 녀석만 상대하다가 너무 귀여운 아기들을

만나니, 너무나 이쁘다. 새삼스럽게 우리아이들을, 그렇게

잘 키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아이들은 참으로 웃을 때가 천사같다. 내사랑 나연이 처럼~

나연이는 처음 만난날부터 마지막시점인 오늘까지 늘 나만

쫄쫄 따라 다녔기에 나는 마치 제 어미가 된냥 몰래몰래

다른 아이들보다 한번 더 눈웃음 쳐 주고 사랑을 주었다.

아침엔 늘 엄마사랑이 고픈지 정말 배고픈것인지 헷깔릴

정도로 마구마구 먹었다. 배가 터질듯이 먹고 난 후 다른 아이들

과 어울려 놀았는데, 마치 사랑에 굶주린 아이가 그 사랑 대신에

먹는 것으로 대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콧물이

 줄줄 흘러도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머리 숱이 작아 잘 묶을 수

없지만 고무줄로 묶어주면 예쁘다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머리를

묶을 때 조금 아프지만 예쁘다고 칭찬해주니 얌전히 있는 모습이

오늘따라 더 측은하게 느껴진다. 저도 예쁜것은 알아가지고..

앞으로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 눈치가

빨라서 적응을 잘하지만 고집이 있어서 선생님들을 지치게

만드는 요주의 인물인 나연이가 항상 웃으며 어린이집에서

생활했으면 좋겟다 사랑해 나연아 너를 무지 사랑하는 선생님이

보이지 않더라도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길 바래.

늘 밝은 햇살처럼 둥글게 둥글게 잘 살아가길 선생님이 기도할께*^^*

하루하루 더디게만 가던 시간들이 어느새 감쪽같이 일주일이라는

시간만 채우면 드디어 해방이다.ㅎㅎ 아니 사실은 서운한 것도 많다.

처음에 힘들어하던 일들도 이젠 척척 알아서 다 해내는 내 자신이

대견하다. 코흘리개 아이들부터 시작해서 이젠 제법 초등학교에

입원해도 될만큼 씩씩한 녀석도 있다. 발음도 잘 안되면서 "떤땡님"~

하고 부를땐 이뻐 죽겠다. 나은이란 꼬맹이는 내만 졸졸 따라다녀

좀 힘들지만 보람도 있다. 내가 엄마처럼 잘해주어서 그런것 같다.

너무 이뻐도 어떻게 아이들을 다루어야 될지 잘 몰랐던 첫주간과는

사뭇 다르다. 큰 아이들 녀석들은 각 반 담임 선생님이 안 계시는 틈을

타서 꼭 싸우고 한 녀석이 나에게 와서 고자질을 함으로써 마음이

풀리는 것을 보면 아이들은 정말 너무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나도 저 나이때는 아마 그랬을 것이다. 좀더 아이들의 심리를 알고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습은 단지 실습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일에 시작에 불과하다. 오늘 배운 것들을 거울삼아

앞으로 나아가야겟다.

아침에 눈이 와서 기분이 무지 좋았다. 신랑은 눈이와서 신난 나에게 찬물을 끼얹는

한 소리를 했다.  니 는 왜 그리 철이 없노!  눈 오면 출근 길 전쟁에, 눈이 녹으면

얼마나  지저분하고 보기 싫은 줄 아냐~?  무드라고는 멸치 똥만큼도 없는 소리를

어떻게 저렇게 쉽게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건 눈이 와서 내 마음은 봄눈 녹듯

힘든 피로감도 사르르, 눈 속에 녹아 보이지 않았다. ㅎㅎ 즐거운 출근 길이 된 것이다.

실습 오늘이 9일 째이다. 벌써 중반부로 접어 들었다.

오늘도 영아반에서 아이들과의 씨름은 계속 됐다. 그중에 나연이는 완전 나의 그림자

이다. 병아리가 암탉을  졸졸따라다니듯이 잠시라도 엉덩이를 떼면 쌍나발을 분다.

먹기는 얼마나 잘먹는지 완전 먹보다. 수박을 엎어둔 것처럼 배가 풍선처럼 터질 듯하다.

황소와 개구리  이야기에 나오는 개구리 마냥 볼~록

나연이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잘 돌아다니는지~잠시라도

눈을 떼지 못한다.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른다.  완전 요주의인물 인 것이다.

죽먹고 우유먹고 밥먹고 우유먹고 똥 싸고...하루 종일 하는 일이란 먹고 싸는 일이다.

노는 것은 부수적인 것 같다. ㅋㅋ 처음엔 똥 냄새가 지독하더니, 며칠 새 그 똥이

황금색인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녀석이 잘 먹고 잘 싸고 있구나 . 점심을

먹을 때는 완전 초스피드로 먹어야 한다.  언제 한 놈이 깨어서 싸이렌을 불 지 알수

없기에,  완전 소머즈나 원더우먼이 되어야 한다. ㅋㅋ 옆에서 아들 녀석이 ..  엄마

소머즈가 영웅이냐고 묻는다. 어떻게 알겠는가.   그래 엄마는 영웅이다. 나만의 영웅!

어른의 축소판인 아이들의 세상노름에 푸욱 빠졌다. 힘들어도 재밌다.

내일은 또 어떤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까 기대된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온 뼈마디가 다 쑤셔왔다. 어제 너무 무리 했던 것일까 ! 오늘은

또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할 지 벌써 걱정이 된다. 실습처를 좀 더 알라보고 편한 곳으로

하지 못한 아쉬움이 절로 나왔다. 드디어 아슬 아슬 하게 어린이집 차를 타고 갔는데

도착과 동시에 한 녀석이 응가를 했는데 영아반 어린이어서 내가 뒷수습을 했다.

바지에 벌써 실례를 해서 새로 갈아입히고 또 한 녀석이 울어서 담당 선생님이 오기를

학수고대 할 때쯤 구원의 손길이 뻗었다. 오죽하면 어른들이 밭에 가서 일하지 아기를

안 본다고 하더니.. 연이어서 그녀석이 또 실례를 하였는데 내가 먼저 발견하였기에

또 화장실로 가서 씻어주었다. 장이 안 좋아서 변도 좋지 않아서 안 타까웠다.

점심엔 밥이 코로 가는지 입으로 가는지 모르게 한 쪽 무릅에 한 녀석을 앉히고

밥을먹으니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았는데 그것도 적응하면 괜찮아질 것 같다.

매 시간 시간 마다 뭐해야 될지,  눈치껏 알아서 했다. 정말 실습은 하지 않고서는

그 심정을 말로는 다 못할 것 같다. 오후 선생님이 오시자 상황은 많이 좋아졌다.

영아반 7명인데 선생님 두분이 하시는데 정말 정신 없이 바쁜 것 같다. 위험이 항상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에 안전에 항상 신경을 써야하니 말이다. 하루종일 아이들과

씨름을 하고 화장실 갈때 말고는 한가한 시간이 없었다........드디어 오늘 하루

일과을 마치는 시간이 되었다.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고 아기들 한 번 더 씻어주고,...

간단히 실습일지를 적고 그날의 일과를 마무리 했다. 오늘 하루 동안 아기 똥을 6번 치웠다.

손에서 아직 응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무슨 일에든 공짜는 없는 모양이다. 드디어

18일만 남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야지 너무 피곤하다. .

혼자서 백두산 천지연까지 갔다온 기분이다....어쨋건 둘째날 실습은 오늘 끝~

걱정 반 설레임 반으로 기다려 온 실습일이 드디어 다가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면서도 무지걱정이 되었다. 잘할 수 있는지 힘들지는 않을지 어떻게

 20일동안 보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드디어 약속장소에 가서 차를 기다렸는데

다행히 아는 분이 한분 계셔서 안심이 되었다.

원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운행차를 타고 드디어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아담했고 멋진 건물이었다.

다음 운행을 위해서 원장님이 나가시고 다른 선생님들은 각자 맡은 일을

하시기 위해 분주했지만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돌 지난 아기가 떼를 쓰며 울고 있었다. 아기를 달래느라 안고 4세반으로 갔다.

언니 ,오빠들이 있어서 마음이 진정이 되었는지 금세 울음을 그쳤다.

이것을 시작으로 하여 고된 나의 보육 실습은 시작되었다.

영아반을 맡았기 때문에 정신없이 아기들을 돌보느라 너무 정신이 없었기에

오전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우는 아기 달래고 책 읽어주고 간식 먹여주고 우유 먹여 주고

기저기 갈아주고 싸우는 아기 달래고...완전 전쟁을 치른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오후에는 낮잠자는 애들이 몇명있어서 간식 먹을 시간도 있었지만

그 행복한 여유도 잠시 뿐이었다. 또 다시 전쟁을 한 바탕 치루고

오후에 1차로 귀가하는 어린이 덕에 약간의 여유가 있을 때 거실과 화장실 앞까지

청소를 열심히 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깨끗한 환경에서 또 내일을 보내야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고 하루를 마감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힘든 시간이었지만

알차고 보람된 하루가 된것 같아서 웬지 기분이 뿌듯했다. 제발 몸살만 않나면 좋겠다.ㅋㅋ